자유로를 가는데 한강이 시퍼렇게 얼어 있었다. 그 모습을 멈춰서서 관찰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서울에 폭설이 내리던 날 야간 당직을 섰다. 기상청 홈페이지와 각종 날씨 분석 사이트를 드나들며 기사를 썼다. 지인들의 SNS에는 눈사람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올라왔으나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도로가 마비돼 신문 배달이 늦었다. 자정이 다 돼 근무를 마쳤다. 새하얗게 쌓인 눈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쓰러져 잠들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두 아들에게 아빠는 숨어서 눈덩이를 던졌다. 어리둥절해하는 두 아들을 바라보며 히죽대는 아빠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꽝꽝 언 한강 앞에서 내겐 카메라가 없었다. 몇년전 서울에 기록적인 눈이 쌓였을 땐 새벽부터 언덕을 올랐다. 남산이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 사진을 몇장 찍었다. 갓 찍은 사진들을 지인들에게 보내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날은 KT 아현지사에 화재가 발생하 날이었다. 기록에 담긴 기억은 정밀하다.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 폭설이 내린 날에도, 한강이 꽁꽁 언 날에도 다음날 어떤 기사를 쓸 지 고민하며 잠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을 땐 아쉬움이, 좋은 기사를 썼을 땐 잠깐의 뿌듯함이. 그 작은 감정이 전부다. 예전처럼 가슴을 뛰게하는 순간이 없다. 숨어있는 맛집을 찾았을 때 느끼던 흥분, 아름다운 건축물 앞에서 내뱉던 감탄, 나름의 힘든 도전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 이젠 잘 기억나지 않는 감정들이다. 해보기도 전에 포기했던 일들이 너무 많았다.
얼마전 천원마트에서 블랙팬서 피규어를 샀다. 진열대 위 블랙펜서와 눈을 마주친 순간 25년전 엄마를 졸라 스파이더맨 피규어를 선물받았던 기억이 났다. 동심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되찾아준 게 너무 고마워 블랙펜서를 머리맡에 뒀다. 블랙펜서와 함께 몇가지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들을 다 이뤘을 쯤엔, 꽝꽝 언 한강 앞에서 카메라를 들어올리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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