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 고민을 하진 않았다. 기자 초년병 시절에는 쓰기 급급했다. 글쓰는 직업을 갖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기계적으로 보도자료를 처리하는 게 내 일이었다. 그렇게 자료만 쓴 지 몇개월이 지나자 스트레이트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됐다.
"훌륭한 기자는 1단짜리 기사를 잘쓰는 기자"라는 말을 어디서 듣고 단신 기사에 빠졌다. 짧고 굵은 기사를 쓰겠다며 단순한 내용을 썼다. 그러다보니 일을 게을리 한다는 오해를 샀다. 지면에 들어가는 비중이 적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 뒤로는 한동안 방황했다. 긴 호흡으로 기획 기사를 쓰다가 시리즈 기사를 썼고 1스트 2박스 공식에 따라 박스 공장도 다녀봤다. 다행히 쓰고싶은대로 다양한 기사를 써볼 수 있었다.
그러다 출입처 생활이 점점 익숙해지자 모든 게 무료해졌다. 기사를 써도 재미가 없고 매번 취재할 때마다 큰 어려움도 없어 모든 게 재미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단독]의 늪에 빠졌다. '남들이 쓰지 않는 기사를 써야 진정한 기자'라는 인식에 편법도 서슴지 않게 됐다. 그렇게 쓴 기사들 중 일부는 훌륭했지만 대부분 한두시간 후 잊혀졌다.
시간이 꽤 흘러 문득 내세우기 위한 기사가 아닌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걸리면 그냥 써버리는 버릇을 고치는데 참 오래 걸렸다.
뉴욕타임스 크라임을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기사가 참 재밌다' 였다. 기사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기사를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건 참 오랫만이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왜 예능에 출연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 자식같은 곡들이 빛을 보지도 못한채 죽어나가는 모습이 너무 가슴아팠다"
나혼자 만족한다고 좋은 기사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회 거악을 폭로하는 대단한 기사를 썼어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다면 절대 좋은 기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독자들이 내 기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건 현대 기자들의 필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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